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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정류장에서 치마를 고쳐 입던 사람

2026-07-28

아무 말도 없었는데 시선이 머물렀던 순간

저녁 8시쯤이었다.

버스정류장에는 열 명 정도가 서 있었다.

대부분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몇몇은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정류장 끝 쪽에는 한 여성과 남성이 나란히 서 있었다.

둘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끔 짧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조용했다.

잠시 후 여성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허리 쪽을 내려다봤다.

치마가 조금 돌아간 모양이었다.

여성은 양손으로 허리선을 잡았다.

그대로 몸을 살짝 틀어 치마를 제자리로 돌렸다.

짧은 동작이었다.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남자는 그 순간 말을 멈췄다.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도 잠시 내려갔다.

여성은 치마를 정리한 뒤 다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버스 도착 안내판을 바라봤다.

몇 분 뒤였다.

바람이 조금 강하게 불었다.

여성은 한 손으로 치맛단을 눌렀다.

다른 손으로는 가방 끈을 잡았다.

그러다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바람 진짜 세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대답은 조금 늦었다.

여성은 이미 전광판을 보고 있었고, 남자는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

"그러게."

버스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앞으로 움직였다.

여성도 가방을 고쳐 메고 버스 쪽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한 발 정도 뒤에서 따라갔다.

버스 문이 열리자 여성이 먼저 올라탔다.

남자는 잠시 옆으로 비켜섰다가 그녀 뒤를 따라 탑승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누군가는 그냥 평범한 퇴근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을 수 있다.

다만 그날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장면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잠시 멈춘 대화와 치마를 바로잡던 몇 초의 움직임이었다.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돌아간 치마를 정리하던 손동작과, 그 순간 잠시 멈췄던 한 사람의 시선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