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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서 스타킹을 바라보던 사람

2026-07-27

게임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몇 분

금요일 저녁이었다.

PC방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헤드셋 너머의 대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창가 쪽 자리에는 한 여성과 남성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둘 다 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참 동안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그러다 여성이 갑자기 의자 밑으로 몸을 숙였다.

구두를 벗더니 발목을 만져봤다.

잠시 후 다리를 꼬아 올렸다.

그리고 스타킹을 내려다봤다.

"..."

작은 목소리였다.

남성은 모니터를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여성은 손가락으로 무릎 근처를 가리켰다.

스타킹 올이 길게 나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 새로 신은 건데."

여성은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쪽을 바라봤다.

여성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시 올이 나간 부분을 살펴봤다.

"생각보다 많이 갔네."

그녀는 손끝으로 스타킹 결을 따라 천천히 쓸어내렸다.

남자는 몇 초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시선을 돌려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돌렸다.

여성은 이미 다른 쪽 다리까지 확인하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구두를 신으려다가 멈췄다.

발뒤꿈치를 손으로 몇 번 눌렀다.

"오늘 진짜 많이 걸었나 보다."

이번에도 남자는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책상 위에 있던 캔 음료를 그녀 쪽으로 밀어줬다.

여성은 캔을 집어 들었다.

"고마워."

그 말 이후 둘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헤드셋을 쓰고 모니터를 바라봤다.

주변 사람들도 각자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누군가는 그냥 일상적인 대화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을 수 있다.

다만 수십 개의 모니터 불빛이 켜져 있던 그 공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게임 화면이 아니라 스타킹 올을 바라보던 두 사람의 시선이었다.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올이 나간 스타킹과, 그 장면이 지나갈 때까지 이어졌던 짧은 침묵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