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과 대기실에서 번호표를 주워주던 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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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8 |
바닥에 떨어진 종이 한
장
토요일 오후였다. 피부과 대기실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접수대 앞에는 줄이
있었고, 대기 의자에는 앉을 자리가 거의 없었다. 창가 쪽 자리에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는 가방이
놓여 있었고 손에는 휴대폰이 들려 있었다. 발에는 얇은 스트랩
샌들을 신고 있었다. 발목에는 가는 은색
발찌가 걸려 있었다. 여성은 휴대폰 화면을
보며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때였다.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번호표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종이는 의자 아래로
떨어졌다. 여성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몇 초 뒤. 접수대에서 나오던 남자
직원이 그것을 발견했다. 직원은 걸음을 멈췄다. 번호표는 여성의 샌들
바로 앞에 떨어져 있었다. 직원은 몸을 숙였다. 손이 번호표에 닿기
직전 잠시 멈췄다. 번호표 한쪽이 접혀
있었다. 직원은 종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구겨진 부분을
손가락으로 한 번 펴주었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번호표 떨어뜨리셨습니다." 여성은 휴대폰을 보던
채 손만 내밀었다. 직원은 번호표를 건넸다. 그 순간 여성의 시선이
잠시 내려갔다. 번호표를 보고. 직원을 보고. 다시 번호표를 봤다. "아." 짧은 한마디였다. 여성은 번호표를 받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휴대폰
화면을 바라봤다.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접수대로 돌아갔다. 몇 분 뒤였다. 여성은 다리를 바꾸어
꼬았다. 그 과정에서 샌들 스트랩이
의자 다리 쪽에 걸렸다. 발찌도 함께 돌아갔다. 여성은 모르고 있었다. 직원은 멀리서 그것을
본 것 같았다. 잠시 후 이름을 부르기
위해 다가왔다. "김○○ 고객님." 여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샌들이 걸려 있었다. 여성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어?" 짧은 소리였다. 직원은 곧바로 몸을
숙였다. 의자 다리에 걸린 스트랩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발찌가 함께 당겨지지
않도록 손끝으로 한 번 받쳐주었다. 몇 초 정도 걸렸다. "됐습니다." 직원이 말했다. 여성은 발목을 한 번
내려다봤다. 발찌 잠금장치는 다시
바깥쪽으로 돌아와 있었다. "걸렸었네." 직원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으십니다." 여성은 그대로 진료실
쪽으로 걸어갔다. 샌들 소리가 복도를
따라 멀어졌다. 직원은 다시 접수대로
돌아갔다. 대기실은 여전히 붐볐다. 사람들은 전광판을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 장면을
보고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을 수
있다. 다만 그날 기억에 남은
것은 진료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진 번호표 한 장과 의자에 걸린 샌들 스트랩을 풀어주던 몇 초의 움직임이었다.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종이 한 장과, 그것을 주워주던 사람의 손끝뿐이었다. 다만 그날 기억에 남은
것은 진료 순서가 아니라,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계속 손에 들고 있던 번호표 한 장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