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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에서 구두를 맡기던 사람

2026-07-28

두 시간 동안 발밑에 놓여 있던 것

서울역을 출발한 KTX였다.

주말 오후라 좌석은 대부분 차 있었다.

창가 쪽에는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통로 쪽에는 남성이 앉아 있었다.

기차가 출발한 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여성은 발을 조금 움직였다.

그리고 구두를 벗었다.

굽이 높지는 않았지만 오래 신고 있기엔 불편해 보였다.

구두 두 짝은 좌석 아래로 밀어 넣어졌다.

여성은 다리를 살짝 모은 채 창밖을 바라봤다.

발목에는 가는 은색 발찌가 걸려 있었다.

햇빛이 들어올 때마다 작게 반짝였다.

잠시 후 여성은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목덜미를 한 번 닦고 귀 뒤를 눌러 닦았다.

그리고 접은 손수건을 팔걸이 위에 올려두었다.

남자는 책을 읽고 있었다.

몇 장 넘기던 손이 잠시 멈췄다.

시선은 책이 아니라 좌석 아래쪽으로 향했다.

구두가 놓여 있는 곳이었다.

잠시 후 다시 책장을 넘겼다.

기차는 계속 달렸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때 승무원이 음료를 가져왔다.

여성은 커피를 받았다.

그리고 몸을 숙여 가방을 찾으려 했다.

그 순간 좌석 아래에 있던 구두 한 짝이 조금 멀리 밀려갔다.

여성은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남자가 먼저 몸을 숙였다.

구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여기."

여성은 고개를 돌렸다.

"."

짧게 웃었다.

"고마워."

남자는 구두를 바로 건네지 않았다.

여성이 커피를 내려놓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 뒤에야 손잡이 부분을 잡아 건넸다.

여성은 구두를 받아 다시 발밑에 두었다.

잠시 후 기차가 터널로 들어갔다.

창밖이 어두워졌다.

여성은 손수건을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목이 아니라 손목을 닦았다.

그리고 그대로 남자 쪽으로 내밀었다.

"잠깐 들어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손수건을 받았다.

여성은 머리카락을 묶기 시작했다.

양손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일이었다.

몇 초 뒤였다.

"됐어."

남자는 손수건을 돌려줬다.

여성은 다시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기차는 목적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착 안내 방송이 나왔다.

여성은 다시 구두를 신었다.

발찌는 스커트 아래로 가려졌다.

둘은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군가는 그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의 평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을 수 있다.

다만 두 시간이 넘는 이동 시간 동안 가장 자주 눈에 들어온 것은 창밖 풍경이 아니라, 좌석 아래 놓여 있던 구두와 몇 번의 짧은 부탁이었다.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몇 개의 물건과, 그것들을 당연하다는 듯 건네고 받아주던 두 사람의 모습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