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장에서 양말을 챙기던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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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8 |
운동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물건
평일 저녁이었다. 헬스장은 퇴근한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러닝머신은 거의 다
사용 중이었고 웨이트 존에서도 기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여성은 스트레칭
구역에 앉아 있었다. 운동을 마친 듯했다. 수건으로 목을 닦고
물을 마신 뒤 운동화를 벗었다. 그리고 양말도 함께
벗었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흰색
양말이었다. 여성은 발가락을 몇
번 움직였다. 잠시 발바닥을 바닥에
붙인 채 앉아 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여성은 전화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한 연락인 듯했다. 수건은 챙겼지만 양말은
그대로 벤치 위에 남겨져 있었다. 여성은 통화를 하며
헬스장 밖으로 나갔다. 벤치 위에는 물병 하나. 운동화 한 켤레. 그리고 벗어놓은 양말이
남아 있었다. 잠시 후 남성이 다가왔다. 아까까지 같은 공간에서
운동하던 사람이었다. 남자는 벤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곧바로 떠나지는 않았다. 벤치 위를 한 번 바라봤다. 시선은 운동화보다 양말
쪽에 더 오래 머물러 있었다. 몇 초 뒤 남자는 양말을
집어 들었다. 접지도 않았다. 그냥 두 손으로 가지런히
맞췄다. 그리고 벤치 한쪽으로
옮겨 놓았다. 잠시 후 청소 직원이
지나갔다. 벤치 위를 정리하려고
하자 남자가 말했다. "저거 아직 주인 있는 거예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갔다. 얼마 뒤 여성이 돌아왔다. 전화는 끝난 상태였다. 여성은 운동화를 보더니
말했다. "어? 내 양말." 남자는 벤치 옆을 가리켰다. "여기요." 여성은 웃었다. "아, 고마워." 양말을 집어 들고 다시
운동화를 신기 시작했다.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잠시 후 여성은 짐을
챙겨 탈의실 쪽으로 걸어갔다. 남자도 다시 운동 기구
쪽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아무 의미
없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그랬을 수
있다. 다만 그날 헬스장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운동 기록이나 무게가 아니라, 주인이 없는 몇 분 동안 누군가가 계속 신경 쓰고 있던
한 켤레의 양말이었다. ![]() |